행복한 국밥집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인데 메뉴가 국밥 하나 뿐이길래 언젠가 한번 먹어봐야지 하다가 오늘 늦은 저녁을 여기서 해결했다.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운영하시는 듯, 조리하는 곳과 카운터는 일체형이고 밖은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벽에 붙어 있는 식탁과 의자들.. 선불로 돈을 내야 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카운터를 따로 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쟁반에 쇠고기 국밥과 밥 한공기 김치와 간장에 절인 양파가 담겨 있었고 다 먹은 사람은 쟁반을 들고 스스로 반납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가격은 4천원 싸고 간편하다 고시촌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의 식당이라고 할 만했다. 알아서 간을 맞추라고 소금과 후추와 고춧가루를 테이블에 비치해두고 있어서 그런지 국밥은 은근히 싱거웠달까, 그건 저 밑에 깔려 있던 의외로 두툼한 쇠고기를 못보고 넉넉한 콩나물에 이게 콩나물 국밥인가.. 4천원이라 고기 맛도 못보는 싸구려인가 하면서 국물을 떠 먹었던 '짜고 깐깐한 내 성깔'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단순히 아직도 짠 내 대구식 입맛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벽을 바라보며 불편하게 다리를 꼬고 의외로 맛있는 국밥을 먹으면서 이 '행복한 국밥집'에서 난 얼마나 행복하지 않은가 고민해보기도 했는데, 너무 배가 고팠고 허겁지겁 먹기에는 국밥이 너무 뜨거워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막상 국밥집을 나서며 국밥집 부부의 따뜻한 잘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조선시대 어딘가의 고개를 넘으면 보이는 주막이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난 언덕을 넘어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가 되었을 지도.. 포스퀘어로 남기려다가 이렇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주모 여기 뜨뜻한 국밥하나 말아주오~

페이스북에 빠져들어 예전 전성기 싸이월드 미니홈피 보듯이 자주 페이스북에 접속하는데.. 이렇게 여기에 매달리는 내가 좀 무서워 질 정도다. 남의 미니홈피를 매일매일 체크하고 페이스북에 사람이름을 검색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와 인사말이 바뀌는 것을 체크하고 네이트온 인사말을 체크하고 댓글을 타고 타고 파도를 타듯이 이 사람도 체크 저 사람도 체크한다. 물론 이렇게 적은 것 처럼 무섭게 느껴질 만큼은 안하는 것 같아도 막상 쌓아놓고 보면 무시못할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또 무서운 것은 나를 자꾸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남을 훔쳐보는 것 만큼 나를 자꾸만 남들에게 봐달라고 사진을 찍고 장소를 등록하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이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불안한 것이고 남에게 불편을 주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적극적인 어필은 아니지만 그래도 .. 이러다가 다시 미니홈피로 돌아가 비공개 일기장이라도 개설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잊혀질까.. 이대로 사라질까.. 존재는 하되 인식되지 않는 미천한 존재가 될까 두려워하는 그러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면서 그렇지 않다고 발버둥치는 내 모습이 고작 페이스북인가 싶어서 조금 씁쓸하다. 방안 한 구석에 누워서 책을 읽어도 외롭지 않던 시절의 내가 있는데 지금처럼 혼자 집에 있으면 어떻게든 남과 이어져 있고 싶어서 인터넷을 만지작 거리는 내가 있다. 고작 댓글로 말이지. 올해 남은 두 달은 차분해지는 기간으로 삼고 싶다. 너무 혼자 업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