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염쟁이 유씨

아이폰4로 찍었는데, 붉은 색이 강하게 표시되었다. 아이폰4 카메라의 특징일까, 역시 붉은 색 만한 색이 없는 걸까~



 12월 5일 일요일에 혼자 보고 왔다. 삶이 여유롭다고 혼자서 공연도 보고 그러고 있다. 친구에게 같이 보자는 연락을 하기는 했지만, 원래 일요일 당일에 약속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닌거고 어짜피 혼자서 보러갈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느긋하게 2시 조금 늦어서 출발.

 강혜정이 나왔던 프루프 표를 구해서 공연장이 어딘가 하면서 걸어갔던게 2주 전 일이다. 그때 이 '이랑씨어터'에 '염쟁이 유씨'가 걸려있던 것을 봤었다. 표를 사면서도 염쟁이 유씨가 묘하게 걸렸고, 이랑씨어터를 지나가면서도 '다음에는 염쟁이 유씨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염쟁이 유씨를 봐야지하면서 집을 나섰고 연극센터에 도착해서 팔고 있는 공연을 확인하면서도 제일 먼저 염쟁이 유씨를 확인했다. 도착한 게 2시 45분, 공연은 3시였다. 표를 팔던 분이 늦으면 입장할 수 없을 거라고 경고를 하셨지만, 서울 지역에서 그나마 지리를 조금 알고 있는 곳이 이 대학로이니 걱정할 건 아니었다. 정말 3시에 이랑씨어터에 도착해서 표를 교환하고 자리에 앉았다. 공연은 90분짜리. 너무 좋았다.

 이 공연은 염을 하는 늙은 유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머지는 직접 봐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연극이 '관객은 작은 창으로 훔쳐보는' 거라면, 이 공연은 '유씨의 옆에 서서 그와 대화를 하는' 식이다. 이미 1200회 정도 공연을 했다고 하니,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은 봤겠지. 트위터에 공연을 봤다고 글을 올리니까 아는 분이 3년 전에 봤었다고 답글을 달아주더라. 그런 연극이다. 연극을 보고 싶은데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공연을 보면 좋겠다. 진짜 강추. 

 나는 임형택씨가 연기한 공연을 봤다. 난 거기서 둘째 아들을 연기했다. 허리에 손을 얹고 큰 형님과 형수에게 삿대질을 했다. 사람들이 날 보면서 웃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 부신 조명 아래에서도 관객들의 표정은 잘 보인다. 여전히 잘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역시 무대가 좋다. 보는 것보다는 오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오랜만에 기억해냈다. ㅎㅎ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