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표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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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른 저녁에 살풋 잠에 들었다 일어나니 이불 속이 아무리 포근해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겠더라. 아이폰도 만지고 눈을 감고 최근 재미있는 내 아이디어도 다듬어보지만 아무래도 늦은 밤 이불 속에서 할 일은 아니었다. 결국 일어나 안경을 쓰고 불을 켜고 담배 한대 맛있게 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주말 잘보내고 월요일 가뿐하게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고 솟아나는 아이디어에 다음 할 일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렇게 잠 못자고 출근해서는 다시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때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잤다. 사실 늦잠까지는 아니었는데 '스터디 모임'이 10시에 있었으니 늦잠이 되어버렸다. 그때는 '스터디가 다 무어란 말이야. 내 몸 피곤한게 더 중하지 않나' 하면서 다 관두고 자고 싶어하면서도 씻지도 않고 대충 입고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비에 불량 회원으로 반성 차 점심 값까지 내고보니 미안한 마음이니 자기 반성도 이제 훌훌 털어버렸고 대학로나 가서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대학로에 가지 않은지도 꽤 되었고

그래서
   항상 하던데로 혜화역 옆에 있는 연극센터로 곧장 가서 가장 가까운 시간대에 있는 공연 중에 볼 만한게 없나 살펴봤다. 왠만하면 아는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공연 중에는 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름이나 맘에 드는 공연을 보자고 결심하고 선택한 것이 이 '표절의 왕'이었다. 공연장 이름이 낯설어 가보지 않았던 공연장인가 싶어 맘에 들었다. 모르는 공연과 가보지 않은 공연장..

"표를 사시면 교환이나 환불이 안되는데 괜찮으세요?"

"네~"

   연극센터가 있는 4번출구 쪽은 대학로라기 보다는 성대로 가는 입구라는 느낌. 횡단보도를 걸어 길 건너편으로 혜화역 1번 출구 쯤 가니까 대학로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냥 현정선배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니까 선배 장례식에 간 이후에 처음으로 가는 대학로였다. 어쩌면 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 잠깐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혼자 조금 웃었다. 사실 그렇게 높은 학번도 아닌데 누나라고 해본 적이 없다. 선배라고 하지말고 누나라고 부르면서 더 친해질 걸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걸었다.  



표절의 왕
   도착하자 마자 기억이 났다. 2005년인지 06년인지 한번 왔었다. 그때는 3층에서 공연을 봤었는데 지금은 1층이다. 예전 여기서 공연을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공연 앞뒤로 있었던 추억이 떠올라서 재미있었다. 처음 와보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아쉬울 건 없지. 다시 그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날은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람들이 여럿 떠오르는 날이었구나.
   근데 뮤지컬이었다. 비싸지 않아 정극인 줄 알았는데 소극장 뮤지컬이었다. 울림이 있는 공연이 보고 싶었는데 보고 나와서 담배 맛있게 피면서 여운을 누릴 수 있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큰 사치를 부릴려고 했는데 에이... 
   공연은 좋았다. 안 좋았으면 이런 글도 쓰지 않았지. 노래도 좋고 춤도 좋고 배우는 정말 좋았고 이 공연은 여기 이 무대에서 점점 더 세련되어 갈테니 그 시작을 봤다는 의의도 있고.. 오픈런 공연이니 이 뮤지컬도 '지하철 1호선'이나 '김종욱 찾기', 그리고 '세탁소 습격사건' 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다. 박수도 많이 치고 노래도 따라부르면서 잘 봤으니 분명 잘 될 것이다.

대학로는 더 자주 가야겠다. 이렇게 맘이 편하고 기운이 나는 공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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