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사혼곡 -SIREN-

극초반. 피의 강ㅡ
"00:00 붉은 바다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

일본 어느 산골의 하뉴다 마을이라는 곳이 갑자기 이계화(異界化)되고, 그로부터 3일 간의 사건에 휩싸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리는 형식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제작사는 SCE지만 '사일런트 힐'의 제작자가 참여하여 어둠과 안개로 제약되는 시야(그리고 손전등!), 기이한 음향효과로 공포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지요.

- 이하 스크린샷 중에 좀 혐오스런 장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환시(幻視)'. '뷰 재킹'이라고도 불리는 이 스킬(...=ㅁ=a)은, 좀비(일어판에서는 屍人ㅡ시체 사람)화된 마을 사람들의 시야를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격수 좀비의 시선!
경찰관 좀비의 시선!
이런 식으로 좀비의 시점이 보인다는 이야기죠(사진의 푸른 십자가가 플레이어고 녹색 십자가는 NPC). 무기가 없으면 오로지 도망쳐야만 하고, 레이더처럼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이 전혀 없는 사이렌에서는 환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포인트입니다. 단, 환시중엔 행동불능! 위 스크린샷 사람들은 모두 사망 확정입니다;;

좀비들의 인공지능도 상당히 높아서, 소리에 민감하고 불빛에 반응하며 총도 잘 쏜답니다. 원래 산골 주민이었던 사람들이 왜이리 명사수들인지.. 사냥꾼들? =_= 덕분에 공략집이 없으면 거의 클리어 불가능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2편에 들어와서는 난이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요.


실제 인물을 모델링해 사실감을 부여한 그래픽과 피눈물을 흘리는 좀비들의 괴상망측한 신음소리, 간간히 아련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는 압권입니다. 거기다 국내 정식발매판은 완벽 한글화에 우리말 더빙(!)이라 모 여학생 좀비는 한국말로 노래도 부른다는... ('그 아이를 원해요~' 이거 참 무서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좀비들은 점점 진화(?)해서 네발로 기어다니기도 하고, 잠자리 날개 같은 게 달려서 날아다니기도 하며 곤충형에 가깝게 변해 갑니다... 어쩌면 이토 준지 만화의 분위기가 좀 나는 것도 같습니다.
히로인?
손에 든 것은 스패너로 추정
의사선생님 화이팅!

인물별로 복잡하게 분기되어 시간의 선후 관계에 따라 한 캐릭터의 행동이 다른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 구성도 멋집니다. 또 맵 여기저기에 감춰진 신문, 잡지, 편지 등 100개의 '기록문서'는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직접적으로 게임 내에서 언급되지 않은 부분들을 유저 스스로 생각하며 짜맞춰 보는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 게임을 호러물이 아니라 '농촌 잠입 액션 게임'(안무섭다는 얘기)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무서운 부분이 딱 한 군데 있었습니다. 여중생인 마에다 양이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교회에 도착하는 부분. ...비명을 질러버렸지요;;
처참하게 주인공들이 하나 둘 좀비로 변해가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 것인지, 이 마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PS2로 2편도 정식발매되었고, 일본에서 만든 영화판도 국내에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습니다(완전 망한). 게임 스토리만 살렸어도 좋았을 텐데요. =ㅁ=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