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프루프]를 봤다.

쿠팡이라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했었더라면 51% 할인이 되었을것이다. 이건 그 쿠팡에서 가져온 이미지.


 프루프라고 하면 proof 인가? 증명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명확한 뜻은 모르겠다. 연극에서는 저런 의미로 사용된다. 

 가장 이성적이고 (당연히)수학적이어야 하고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수학자. 그런 수학자에게 가장 불확실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것이 아마도 수학자 자신 아니겠나. 예술가와 광기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수학자와 광기는 조금 생소하기는 하다. 결국 끝으로 가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겠지. 결과의 문제라면 예술가나 수학자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연극 프루프에서는 결국 소재일 뿐이다. 그래서 다행이라면 그건.. 지금은 올해에서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가을다운 가을이고 기분 전환하려고 본 연극이기 때문이지.

 캐서린(강혜정)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캐릭터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이건 이 연극의 제목인 증명(프루프)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왜 지금의 캐서린이 있는지 끊임없이 증명한다는 느낌이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각 막은 캐서린을 중심에 두고는 있지만 사실 그건 증명의 한 부분이어서 온전히 캐서린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그러다보니까 이 불연속적인 이야기 구성에, 솔직히 캐서린에게 감정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현재 이야기를 보여주고 나중에 과거 이야기를 덧붙이는 구성이란.. 수학에서 현상을 먼저 설명하고 나중에 논증하는 방식이랑 다를 바 없긴 한데, 그런건 설명하는 사람들은 편하지만 듣는 사람은 다시 자꾸만 앞 장을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 있잖아~ 등장인물이 뭐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서 다시 앞장을 펼쳐보는 소설책같은 느낌? ㅎㅎ 그러니 내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밖에.. 하지만 덕분에 꽤나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 좋았으려나.. 난 좋은 점을 잘 보니까! :)

 작은 체구와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표정을 가지고 있더라~ 강혜정. 극 초반에 강혜정의 팔과 손의 움직임이 신경쓰여서 ㅎㅎ 나도 저렇게 움직였다가 선배들한테 혼났는데 하면서 즐거워했다. 물론 의도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보이는 것만 본다고, 난 그렇게 보이더라. ㅎㅎ 그래도!! 이번에 실제로 보면서 얼굴을 좀 고친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조금 아쉽기도 했는데, 역시 실제로 연기를 하는 얼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 보던 강혜정이지 어디가지 않았달까. 다른 방식의 앳된 모습이 보이는데 꽤나 그런 연기가 잘 어울려서 내가 다 몰입하더라. 이윤지였으면 어땠을까.. 지금은 상상불가~ 강혜정 편을 봐서 다행! 이라고 생각한다. 보지도 않고 완승을 외치면 안되는데.. 뭐 하여튼!

 극 중에 캐서린이 그런 말을 한다. 증명은 점을 잇는 거라고, 하루에 서너개씩.. 안될 때면 멍하니 앉아서 적어놓은 노트를 바라만 본다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내용이었는데. 우리 불쌍한 캐서린이 정말로 불쌍한 캐서린이 되기 위해서 점들을 이어놓은 연극이다. 정말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캐서린이 정말로 미쳤는지 아닌지는 볼 사람들이야 직접 보길 바람! ㅋ 그것도 다 결국은 소재일 뿐이니까.

 오랜만에 고민고민하면서 밖으로 나섰다. 대학로가 먼 거리는 아닌데 이젠 심적으로 멀어졌다. 대학교 때 산책가던 그곳은 아니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가니까 예전 생각도 나고 좋더라. 선택적인 혼자 나들이는 아니었지만 기분은 냈다. 좋은 하루였다.

p.s 트위터에 자동 글 올리기가 안되서 조금 짜증. 이번엔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