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징조들 - 이 정도면 멋지지

멋진 징조들멋진 징조들 - 10점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시공사
 책을 좋아하는 선배에게 이 책을 받았다. 즐겁게 읽었다면서 주시기는 하셨지만 워낙 책이 두꺼워 보여서, 쉽게 책을 펴서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휴가 마지막 날에 비도 오고 만날 사람도 없어 집에서 멍하니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런 날이라도 없었다면 올해엔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느긋하게 읽어본 적이 언제일까 싶다.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엔 가방 안에 두고 쉽게 열어볼 수 있는 구성의 책들, 단편과 수필들, 작은 휴대용 게임기, 아이팟 정도?

 두껍거나 무거운 그래서 크지 않은 직장인의 가방에 적응하지 못한 책들은 조용히 멸종되어 가지 않을까? 아니면 어디 갈라파고스 섬 같이 조용한 어느 도서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곤 조용한 숨소리를 내고 있을 운명은 아닐까? 갑자기 도서관에 가고 싶네.

 하여튼 휴가의 마지막 하루는 무지하게도 길었고 이 책은 두꺼워서, 이 책을 다 읽으면 오늘 하루가 다 가겠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 멸종하지 않고 우리 집에 있었다니, 역시 입양이라도 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나. 선배님 감사해요.

 멋진 징조들 – Good Omens

 종교적인 내용이 가득한 내용인데도 불쾌하거나 지루하지 않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재미있는데 무엇을 바랄까? 이 책의 평은 그 정도다.

 등장인물이 적고 내용도 간단해서 어렵다고 하기는 그런데, 이 책을 쓴 사람들과 코드가 맞지 않다면 어리둥절한 내용도 간간히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책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안 웃기고 이해되지 않아도 계속 읽어도 문제 되지는 않으니 걱정할 건 없다. 내용은 간단하니까 말이다.

 즐겁게 읽었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다시 있으면 한번 정도는 또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여유롭다면 말이지.
http://softdrink.tistory.com2009-08-26T18:13:43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