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EVE burst error PLUS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유노', '엑소더스 길티', '데자이어' 등의 어드벤처 게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칸노 히로유키(菅野ひろゆき). 이 '이브  버스트 에러 플러스'는 예전 PC-9801과 세가 새턴용으로 발매되었던 '이브 버스트 에러'의 리뉴얼 버전입니다(그래서 플러스). 원작은 19금, 새턴판은 19추(19세 이상 '추천'. 괴상한 등급제 =ㅁ=). 이건 15세 이상입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텍스트량과 커맨드선택형 어드벤처 장르의 마이너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도 진출했던 우리의 친구 '손오공'사에서 2003년에 완벽 한글화를 해 내놓았습니다. 결과는... 현재 덤핑으로 풀리고 있는 참패. 아쉬운 일이죠.

일단 캐릭터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비교해 볼까요.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2명의 시점을 아무 때나 바꿔가며 진행할 수 있는 '멀티 사이드 시스템'입니다. 새턴판에서는 각 주인공마다 CD가 1장씩이었으나 PS2판은 DVD의 용량을 살려 △버튼 하나로 간단 체인지가 가능해졌습니다.

12월 2일. 코지로는 미술품 도난 의뢰를 맡으면서, 마리나는 대사의 딸 경호 임무를 맡으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아무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면서, 12월 9일까지의 기간 동안 급박한 반전과 충격의(그리고 슬픈) 결말이 펼쳐집니다.

텍스트 어드벤처에서 내용은 생명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칸노 히로유키가 이 게임으로 급부상한 게 거품이 아니었구나 라는 게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명불허전'이랄까요. 방대한 텍스트를 번역하면서 곳곳에 한글판만의 개그를 집어넣은 점도 돋보입니다.

초반에는 주인공들의 말장난에 웃으며 플레이했지만, 중후반으로 가면 내용이 궁금해서 게임을 멈출 수가 없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엔딩 직전에 밤을 새서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엔딩을 보았으니... (폐인 =ㅁ=) 참고로 이 게임은 분기와 게임오버가 없습니다. 상황과 맞지 않는 엉뚱한 선택지가 등장할 때도 많으니 모두 선택하며 즐겨 주시길.

추리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도 작용했겠지만 간만에 몰입해서 한 게임입니다. 사건 외에 첩보원의 애환, 정치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 남녀관계 등 '어른들'의 세계 역시 잘 그리고 있지요.(원래 19금이라서 그랬겠지만..) 가격도 싸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플레이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