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 이석원

 무슨 밴드의 보컬이라던데.. 잊어버렸다. 그 이석원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 '보통의 존재'를 읽었다. 대구 내려가는 길에 한번, 올라오는 길에 한번 읽어서 한번은 다 읽어버렸다. 그 사람의 노래도 얼굴도 밴드도 모르지만 이제는 만나면 정말 편할 것 같다. 혹시라도 이석원씨와 편하게 지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디 공개된 일기 중 괜찮은 것을 모아놓은 거라고 하니 잘 찾아보면 그 사람의 웹 일기장도 찾을 수 있겠지. 그래도 책이 더 좋을 것이다. 나중에 싸인도 받을 수 있을테니까.

 이 책을 읽고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일기장은 예전 좋아했던 여자애들의 일기장인데 이제 그 일기들은 죄다 비공개거나 이미 일촌이 아니거나 그 애가 페이스북을 하지 않아서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애들은 이제는 더 이상 얼굴도 볼 수 없지. 그리고 요즘엔 그냥 만나서 물어보고 대화하고 찾아가니까 일기장은 관심 밖이기도 했고.. 그리고 최근엔 훔쳐보기가 트랜드도 아니잖아? 페이스북 친구 등록하기만 해도 되고 트위터에도 마찬가지, 블로그에서는 나도 막 떠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요즘 유행이 아닌 것 같은 '남의 일기장 보기'를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되다니.. 그것도 남자 일기장을 보면서 말이지.

 왜 남의 일기를 볼까? 왜 남에게 일기를 보여줄까? 공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난 이런 사람이에요. 넌 이런 사람이구나. 이 점은 나와 같구나. 이 점은 나와 다르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어디 갔다 왔구나. 난 여기 갔다 왔어. 이렇게 사람은 멀면서 가까운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이어져야 안심을 할까? 지금은 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일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일까? 이 마음에 순서가 없다면 그냥 우리는 얼마나 외로운 걸까?

 이석원씨는 책에서 참 외롭다. 그는 뒤를 돌아본다. 앞으로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아쉬워 하면서 고개를 돌린다. 그 모습이 나와 닮아 그 사람이 궁금했는지 그의 책은 단숨에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