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씨 이야기 -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

박모 씨 이야기박모 씨 이야기 - 10점
박무직 지음/시공사
  시공사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었는데, 아마도 회사 사무실에 남아 있던 책을 댓글 선착순으로 보내주는 이벤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벤트에서 받은 책 중에 하나다. 정자동 사무실에서 책을 받아놓고 즐거워 했으니 벌써 1년 가까이 내 곁에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겨우 읽었다. 아니.. 정말 잘 읽었다!

  책이 나온 것은 2003년, 박무직이라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만화가가 쓴 칼럼을 모은 책이다. 14개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고, 각 이야기의 끝에는 97년에서 2001년 사이 정도에 키노라는 잡지에 연재했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키노라면 지금은 사라진 영화잡지였던가.. 
 
  지금도 나는 박무직을 그림을 잘그리면서 글도 많이 쓰고 자기 주장도 많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진득하게 앉아서 그의 만화를 보거나 글을 읽거나 주장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평가할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 책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알'수 있게 되었다.

  만화를 그린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자신 만의 '만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몇몇 글에서 소개하는 다른 작가의 만화를 칭찬도 불만도 당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추천해준 만화책은 한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화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이란 것.. 내가 박무직을 직접 만나거나 아니면 그 정도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를 책에서 들을 수 있었다. 10년 전에 들었으면 더 흥미로웠을 이야기였겠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에 알게 되는 것도 아쉽지는 않지. 이 책에서 소개한 만화책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느끼게 된 점이 하나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주장>, <시점>, <고민> 같은 것들을 강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나의 시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나의 주장을 외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아니라면 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요즘 알게 모르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10여년 전 칼럼모음집에서 박무직의 시점을, 주장을, 고민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멋져보이고 닮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가를 모방한 자는 많지만 진짜를 추구하는 대가의 장인정신을 배운 자는 많지 않았다. 또 대가의 작품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가의 공부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24p-

간만에 집에서 여유롭게 책이나 읽어서 기분이 좋다.
http://softdrink.tistory.com2011-11-11T06:18:08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