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I(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인코퍼레이션)에서 2002년에 발매한 어드벤처 게임. 대대적인 홍보나, 유명한 크리에이터나, 빼어난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조용히 발매되어 조용히 팔려나간, 그러나 해본 사람들은 다들 명작으로 손꼽는 그런 게임이죠.
ㅡ산골 소년 이코는 머리에 뿔이 나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뿔이 난 아이가 태어나면 바다 위 성에 제물로 바쳐지게 되어 있다. 이코는 산 채로 작은 상자에 넣어졌고, 수많은 다른 상자들 옆에 나란히 세워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지진으로 이코가 들어있는 상자가 굴러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이코는 그렇게 영원히 갇혀 있었으리라.
자유의 몸이 된 이코는 성 안을 헤매다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소녀를 만난다. 새하얀 피부에 부드러운 손. 둘을 덮치려는 검은 그림자들로부터 소녀를 구해 낸 이코는, 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녀를 데리고 성을 빠져나가기로 마음먹는다.
이코는 뿔이 나 있기 때문인지 유난히 튼튼하다. 힘도 남들보다 세고, 웬만한 곳에서 떨어져도 엉덩방아를 찧는 걸로 끝날 뿐이며, 자기 키보다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 그러나 소녀는 다르다. 외줄을 타고 오르내릴 수도 없으며, 조금만 위험해도 고개를 저으며 오려 하지 않는다. 같이 성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코 혼자서 벽을 타고 낭떠러지를 건너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목청이 터져라 소녀를 부르는 것이다.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면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이코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그림자와 맞서 싸운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이 성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복잡한 스토리나 레벨업 같은 건 없습니다. 아이템도 극히 소수입니다. 주변을 잘 살피고 조금 머리를 써야 할 뿐이죠. 최근에 영화화되고 있는 3D 버전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아신다면, 그와 비슷하다고 보셔도 됩니다. 일절 배경음악을 배제하고 자연의 소리만이 울리는 몽환적인 성 속을 소년과 소녀가 달릴 때,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또 게이머의 감정이입을 한층 북돋우는 건 '심장박동'입니다. 진행할 때 소녀의 손을 잡고 다니게 되는데(R1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함), 이때 패드의 진동을 통해 소녀의 심장박동을 표현하고 있지요. 가냘프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진동이야말로 이코의 가장 큰 특징. 보호본능 자극이랄까요 'ㅅ'
소녀를 데리고 넓디넓은 성을 방황하는 동안, 서서히 스토리가 전개되고 슬픈 엔딩에 이르러서는 감정의 고조가 극에 치닫게 됩니다. 웬만한 영화에서도 이만한 감동은 없었던 듯..(스탭롤 이후의 에필로그 역시) 한글화도 되어 있으니 플스2가 있다면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설판도 있습니다. 작가는 '모방범', '화차' 등으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 씨. 사실 이 분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오가는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만.. 그건 또 나중에 이야기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