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 애니매이션이!!

저번주 일요일 친구와 함께 홍대 상상마당에서 돼지의 왕을 봤다. 허지웅의 블로그 글을 읽은 게 전부였기 때문에 도대체 어느 정도로 잘 만들었길래 이렇게 극찬인가 싶었고 상상마당에서 보는 첫 영화였기 때문에 더 설랬다.

상상마당 지하4층에 영화관이 있었고 추운 날씨에 조금 일찍 내려가서 기다리자며 내려갔더니 잘 꾸며진 대기실엔 만화책이 가득했다. 영화관 좌석은 앞뒤로 넉넉해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고 좌석 자체도 등받침의 각도나 적당한 푹신함도 마음에 들었다. 예매할 때 좌석수를 알 수 있었기에 그다지 큰 극장은 아니구나 하면서 가장 뒷자리를 예매했는데, 예상한대로 가장 뒷자리 가운데 자리에서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97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러닝타임에 멋진 애니매이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차라리 뒷줄에 있는 사람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가장 뒷자리가 그 영화관에서는 최고의 자리였을 수도 있겠다.

돼지의 왕은 제대로 직설적인 영화였다. 딱 필요한 배경에 등장인물에 묘사에 갈등구조도 또한 그것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필모그래피가 있는 배우도 아니고 실제 존재하는 배경도 아닌데 더 실제같고 더 진짜 있었던 일 같은 화면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실제같은 그래픽도, 리얼한 CG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은 채 감독이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만 받아들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현장 르포.. 애니매이션이 이런 것과 잘 어울렸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애니매이션이였기 때문에 더 좋은 평가를, 더 강렬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 마무리가 깔끔했다. 상상마당이라서 그랬을까? 스텝롤이 끝나기 전에 몇몇 만이 자리를 비웠을 뿐 다들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극장을 나가는 상황에도 다들 별 말 없이 조용했다. 영화의 여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영화를 이야기하는 몇몇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그리고 같이 경험을 느낌을 공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