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숲속으로


 12월 4일 토요일에 공연 프렌드인 호인누님과 같이 보고 왔다. 몇일 전에 한예종 예술극장에서 무료로 상연한다고 같이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앞뒤 안 가리고 콜을 외쳤다. 토요일 오전에 있던 피부과 일정과 겹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피부과 끝나고 바로 출발해서 딱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표를 받고 캔커피 한잔 마시고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 근처에서 인도 카레 전문점에서 맛나게 저녁까지 얻어먹고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깔끔한 토요일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정보지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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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러간 공연이라, [숲속으로]라는 제목을 듣고는 무슨 현대무용이나 행위예술 쪽 관련 공연인 줄 알았다. 온갓 숲의 모습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해내는, 다양한 군무가 특히 인상적인 공연이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기대를 했었다. 그런 공연을 본 적도 없거니와 처음 가보는 한예종에서 하는 공연이니 완전 실험적이고 듣도 보도 못한 공연이 아닐까하면서.

 하지만 이 공연은 뮤지컬이었고, 그것도 3시간짜리 뮤지컬이었다. 물론 중간에 인터미션은 있었다.

 이 뮤지컬은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빨간망토이야기, 라푼젤의 이야기를 묘하게 뒤섞어 놓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거대한 숲 속에서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빵집 부부가 숲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서로 이어지고 하나가 된다. 그들은 많은 고민을 안고 숲 속으로 들어오고, 또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정의 책임을 진다. 그러면서 교훈을 얻고 해피엔딩. 여기까지가 1부

 사실 여기까지 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극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아무런 의문도 생기지 않은 해피엔딩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공연은 배우들도 힘들지만 보는 사람들도 꽤나 힘든 거라서, 1부가 끝난 세시 반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호인누나한테 그만 밥먹으로 가자고 할 뻔 했었다.

 2부는 알려주지 않을테다. 그 후로 왕자와 공주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후로 잭과 엄마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후로 빨간망토소녀와 할머니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후로 왕자와 라푼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나고 나서도 정말로 행복했을까 하면서 들려주는 뒷 이야기들은, 최근은 아니어도 몇번은 경험해본 이야기니까. 물론 이 [숲속으로]에서 들려주는 그 이야기는 사실 조금 다르기는 하다. 프로 극단에서 공연을 한다면 좀 다시 보고 싶다. 배우도 나도 너무 지쳐서 공연 이야기를 할 만큼 신나지가 않네.

 손드하임의 작품이고 국내에서는 초연이라고 하던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 작품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무료였으니 더할나위 없다. 한예종 공연은 이렇게 무료인 경우가 많다고 하니, 가끔씩 홈페이지를 들어다보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