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 올리브가 다시 보고 싶어서

허니문허니문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민음사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회사 누님이

“올리브가 다시 보고 싶어서 이 책으로 정했어”

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허니문]을 이번 달의 책으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받아본 책은 하얀색 바탕에 하얀색 개가 얌전하게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뒷표지에는 완전 가깝게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 개 종류가 뭐더라. 난 집 밖에다 매어놓는 개도 키워본 적이 없다.

중국어 기초 회화 학원을 다니는데, 가방 안에 무엇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 책을 꺼냈다가 [허니문]이라는 제목에 다들 깔깔깔 웃더라. 아직 난 소설이라는 단어가 중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냥 책이라고 했다. 슈우~

착한 남자애랑 여자애가 나오는 짧은 소설이다. 책이 얇아서 좋다고 했더니 솔직해서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하드커버에 얇은 책, 두께도 크기도 딱 만화책 단행본 만하다. 내용도 꽤 좋다. 내 취향이 아닌 영화를 보는 듯 하지만 졸리지는 않을 정도였다.

나름대로 운명적인 만남을 한 남자애와 여자애가 있다. 그들이 이러저러한 일로 [허니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한 두 번 정도 가는 것 같다. 그들에게 [허니문]이라는 이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기분 좋은 여행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피해 달아나는 도망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복잡한 자신의 심정을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로를 안고 정화시켜준다.

아마 이런 책에서 느끼는 것은 차분함일 것이다. 지하철에서 읽기도 하고 회사 점심시간에 읽기도 하고 집에서 엎드려 누워서 읽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누군가 조곤조곤하게 자근자근하게 보글보글하게 살랑살랑하게 옆에서 읽어준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키친]이라는 책도 아마 그러던가..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느낌의 책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어본 것도 같다.

물론 난 올리브가 다시 보고 싶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올리브가 다시 보고 싶어서 이 책으로 정했어” 라고 말해보고 싶네.
http://softdrink.tistory.com2010-04-01T13:56:16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