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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비오는 대학로와 종교집회와 멋진 공연
Bana Lane
2009. 4. 26. 22:04
친척 어르신이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계시니, 음료수라도 한 박스 사 들고 문안이라도 하라는 부모님 연락. 저번 주에 바빠서 못 갔더니 이번 주에도 연락이 오셨다. 대학로에서 연극볼 약속이 있었으니 그 전에 들리면 되겠구나 싶었지. 퇴원을 아직까지 안하셨다니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건강한 집안이라 큰 병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날따라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평소 나라면 집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날씨. 하지만 오늘은 할 일이 많지.
서울대 병원을 들어가 본 것도 처음이었고 예전 혜화동에서 살 때도 그렇게 큰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예상 외로 큰 병원.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들어와서 찾아가는데 애를 먹었다. 산을 끼고 있는 건, 서울대의 특징인 듯.
다행이 어르신의 상태는 좋았고, 그리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부모님께 보고. 그러면서 만나게 된 하나의 집회 현장.
매년 이 맘때 즈음해서 특정 종교인들이 대학로에서 모임?을 가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인 줄은 몰랐다. 비오는 데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모습. 하지만 경제 살리기라니. 기복신앙이구나. 나도 제 인생 경제를 좀 살려주세요. 난 무교인데 누구한테 빌어야 할까? ㅎㅎ
요즘 공연을 소개해주고 나에게 관극을 권하는 선배님이 계신데, 덕분에 좋은 공연을 자주 본다. 그 선배야 문화생활을 잘 하시는 분이시라 여기저기 많이 찾아가고 읽고 듣고 하시는 분이시니, 어느 작품이든지 무조건 ok. 내가 1순위는 아니겠지만, 자주 나에게까지 순번이 돌아와서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아, 칼 같이 공연비용을 나눠내고 1차는 내가, 2차는 선배가 하는 그런 만남이 되었다. 공연이 늦어서 오늘은 일찍 만나서 저녁과 커피와 대화를 먼저 가졌다.
7시 10분 아르코 극장.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
연극반 1회 공연 작품이 이 봄날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왜 이 작품이 오늘 관극 작품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1987년 창단 공연이었으니 연극반도 벌써 22주년이구나. 이제는 사그러든 모습. 대학 방학은 항상 연극을 했었는데. ㅎㅎ
사실 저 포스터는 너무 긍정적이다. 물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참 이런 작품에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이강백의 힘은 대단하지. 아버지 역을 맡은 오현경씨. TV손자병법으로 기억되는 분이시다. 커튼콜에서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도 좋았다. 환호성과 끊이지 않던 박수 소리에 배우들이 인사를 세번이나 했는데, 그 모습에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던지. 공연이 다른 게 아니구나. 이래서 내가 연극을 좋아하구나 하는 기분.
물론 대학 연극에서 배우를 하면서 늘 만족하는 연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커튼콜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면 후련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프로들의 커튼 콜에서 내가 얼마나 박수를 열심히 쳐주는 지 그 사람들은 알려나~ ㅎㅎ
이건 관련 글.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904/h20090425034608843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