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Q를 보러 일본에 갔다왔다.

1. 한국에 에반게리온 극장판 판권을 소지한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에바Q가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서 일본에 가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같이 갈 사람은 김건우. 



2. 아무리 바빠도 나는 내가 원하는 날 휴가를 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건우에게 날짜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표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게 이틀 전인 18일 금요일 출발하는 코스였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반적인 주말 일본 여행~


3. 목적저는 오사카 남바. 일본은 전혀 모른다. 예전에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일본에서 하루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4. 금요일 늦게 출발하여 1시간 4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공항. 2터미널이어서 급하게 달려서 무료 터미널 버스를 타고 1터미널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러 달렸다. 남은 지하철이 몇 개 남지 않아서 우리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린 다른 모든 사람들도 서둘기는 마찬가지. 


5. 건우가 지하철 안에서 일본이 그렇게 신기하지는 않지? 라며 물었다. 난 겨우 일본 공항에서 내려서 일본 터미널 버스를 타고 일본 지하철 표를 사고 일본 자판기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면서 일본 지하철을 탔을 뿐이라고 ㅎㅎ 둘이 웃었다. 


6.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내린 곳은 남바역 바로 전 역인 신이마미야, 新今宮 역이었다. 조용한 동네였다. 작은 선술집과 그 안에서 가라오케를 즐기면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신기했고 작은 골목과 작은 건물과 많은 자판기도 신기한 동네. 라이잔 호텔이라는 작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에 1명당 2100엔인 트윈 베드 룸에서 하루를 묵었다. 일본 TV를 보고 일본 맥주에 일본 과자를 먹었다. 조그마한 사워시설이 너무 신기했다.


7. 체크아웃은 10시. 나와서 동네 우동집에서 덴뿌라 우동을 먹었다. 조금 간이 짠 건 오사카 스타일이라고 건우가 말해줬다. 유부초밥도 하나씩 시켜먹었다. 조금씩 걷는데 늦은 밤의 그 분위기가 걷혀 그냥 상쾌한 도시의 아침이었다. 빠칭코 가게가 눈에 띄더라  많이..


8. 남바역에 도착하고 한 일은 많다. 우선 영화표를 예매했고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잡아서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북오프에서 나는 게임을 보고 건우는 만화와 AKB48 음반이니 실활 DVD를 구경했다. 남바라는 공간을 하루 동안 꽤나 많이 걸어다녔는데 작은 골목에 작은 건물이 다른 것들을 팔고 만들고 서비스하는 모습이 좋았다. 다양성의 밀도가 높아 채도가 높은 색상표를 하루 종일 본 것 같았다. 우리는 게임을 보러 다녔고 오락실을 동인지 가게를 만화책방에 서점을 캐릭터 상품을 팔던 공간에 메이드 카페 종업원의 호객행위를 보았다. 가끔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건우는 담배를 피고 나는 그냥 있었다. 


9. 건우는 하루 종일 신발의 끈이 풀렸는데 빠르면 묶자마자 40분 만에 풀려서 난 웃고 건우는 짜증을 냈다. 그것도 양쪽 신발이 좌우로 풀렸다.


10. 나랑 건우처럼 돌아다니는 방식이라면 남바는 하루 종일 있을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여유를 즐기면서 어디 앉아서 여유로운 식사와 편안한 여유를 가지는 여행이라면 몰라도 우리는 계속 걸어다녀야 했으니까. 저녁에는 피곤해서 자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밤늦게 마지막 코스로 잡은 거였겠지.


11. 일본어는 모르지만 난 에반게리온을 잘 아니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만화영화라 앞에 만화영화 광고만 나왔다. 지역광고도 눈에 띄었는데 그건 그 영화관이 대기업 영화관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영화는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스카와 신지와 레이가 같이 걸어가는 장면이.. 엔드오브에바와 다르게 셋이 남았다는 점에서 대비가 된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내가 에바는 끝까지 보겠구나 싶더라.


12. 나는 만오천엔 건우는 이만엔을 가져왔는데 가지고 있던 카드로는 어떠한 결제도 되지 않았고.. 우리는 가난하게 마지막 밤도 침대도 아닌 작은 방에서 1박에 1000엔짜리 잠을 잤다. 그래도 좋았다. 건우랑 둘이 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내 맘이 너무 따뜻했다. 그 담날은 5시에는 지하철을 타서 공항을 가야 했으니 말이다. 남은 잔돈으로 맥주도 아닌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마셨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심심했지만 나는 바로 잤다.


13. 누우면 바로 자는 나를 건우가 많이 부러워했다. 건우는 그 전날에도 잠을 좀 설친 모양이었다.


14. 체크아웃도 없는 싸구려 여관이라 그냥 나왔다. 지하철을 탔고 공항에 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왔다. 아침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공항철도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 종일 쉬었다. 여행은 피곤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15. 힐링이었다. 이래저래 큰 도움이 되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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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사람 2013.01.21 00: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무리 에바Q가 목적이었다지만 오사카에 가서 맛있는 걸 안 먹고 오다니!!! 니들은 이상해!

  2. m박군 2013.01.21 00: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읽는 글 중에 꽤 따듯한 글이었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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