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상당히 마이너한 작품입니다 ㅋㅋ 혹시 F.O.A.F라는 말의 뜻을 아실런지?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말도 모르리라 생각하지만요) A friend of a friend. '친구의 친구'라는 뜻입니다. 이른바 '도시전설'을 정의할 때 쓰이는 용어죠.
도시전설ㅡ'친구의 친구에게 들었다'며 구전이라는 수단으로 전승되는 소문. 기괴하고 매력적인, 진위가 확실하지 않은 소문. 반 정도는 진실이라고 믿어버릴 듯한 소문. 학창 시절에 쉬는 시간을 주름잡았던 '입 찢어진 여자'나 '시체 닦는 알바', '학교의 7대 불가사의', '로스웰 사건'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이 '경시청괴이사건파일 하야리가미(流行り神 : 유행신, 즉 '요새 유행하는 신'이라는 조어)'에서는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신참 형사인 주인공이 오컬트적이고 과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각종 사건들과 맞닥뜨리는 선택지 분기형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특이한 점은 과학을 믿느냐 초자연을 믿느냐 하는 분기에 따라 이야기의 큰 흐름이 둘로 나뉘게 되죠. 0화 '체인 메일(행운의 편지의 핸드폰 버전)'에서 시작해 1화 '분신사바(コックリさん)', 2화 '오니(鬼 : 우리나라의 도깨비보다 좀더 순수한 악마에 가까운 개념)', 최종화 '이름 없는 역'까지의 메인스토리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달성도에 따라 조연 캐릭터가 주인공인 서브스토리도 네 개나 등장합니다. 달성도 채우느라 힘들었죠 =ㅅ=ㅋ
소재가 도시전설이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경시청의 신참 형사. 형사라면 범인을 잡아야겠죠? 그런 면에서는 '추리 로직'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각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키워드를 이용해 유저 스스로 추리하여 진상을 밝히는 참신함이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처럼 <A씨는 [ ]다> 라고 하면 빈 칸에 들어갈 '범인', '피해자', '공범', '귀신' 등등의 키워드를 직접 골라넣는 식으로 인간관계, 동기 등 전체적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거죠. 실제로 해보면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또 200개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잡학 지식을 매우 풍부하게 해 줍니다. '오컬트', '라이칸스로프', '음양도', '결계', '에스퍼', 'UFO' 등 용어의 유래와 정의에서부터, 각종 괴담들의 소개, 의학적 지식과 경찰 관련 정보까지..
몇 가지만 보자면, '가위눌림'이라는 게 의학적으로 설명이 된다든가(렘 수면이 어쩌고 저쩌고), 일본 경찰의 검거율이 한때 세계 최고였다든가, 셜록 홈즈의 작가인 코난 도일이 오컬트에 심취했었다든가, 투시능력이 FBI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
제작사는 '마알 왕국의 인형공주', '라 퓌셀',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등에서 귀엽고 깔끔한 캐릭터들로 승부했던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스가와라 켄 씨가 그린 극화풍의 그림체가 괴기스런 게임 내용에 충실히 부합되고 있으며, 중간중간 패드 진동과 함께 등장하는 공포 연출도 수준급입니다. 일본 현지에서도 나름 인기가 있었는지 속편도 곧 나온다고 하네요. 호러와 오컬트를 좋아하고 추리물에도 관심이 있다면 강추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화면을 덮는 일본어의 압박이지만요. =ㅁ=;;
실사로 찍은 오프닝이 상당히 무섭기에 마지막은 공식홈에 올라온 오프닝 동영상을 첨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