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와-용산-현금가-퀵서비스



 오늘 주문했던 컴퓨터가 배달이 왔다. 지금은 그 컴퓨터로 블로깅을 하는 중이다. 집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들을 편한하게 실행해주는 컴퓨터에게 너무나 고맙다. 이제 컴퓨터가 또 다시 죽어서 날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내 인생의 걱정도 하나 덜었다. 새로운 물건을 살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이 새롭고 강하고 능력있는 컴퓨터는 날 좀 더 멋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잘 도와줄 것 같고 말이지. 이런 일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 열심히 찬양! 또 찬양!

 이번이 컴퓨터를 산 세번째 경험이다. 처음은 어머니가 돈을 주시고 친척형이 알아봐주고 친척형의 친구가 컴퓨터를 짜준 조립PC. 두번째는 인터넷으로 거래하고 용산에서 맨투맨으로 거래한 중고PC. 그리고 이번이 다나와에서 견적짜고 지정된 인터넷 주문처에다가 주문하고 퀵서비스로 받은 이번 조립PC. IT업계에 있는 것 치고는 상당히 빈약한 PC史라고 할 만하다.

1. 다나와 견적짜는 것은 디씨인사이드 컴퓨터 본체 갤러리에 있는 공지글에서 참고했다. 견적도 대부분 거기에 나온대로 짰다.
2. 현금가로 견적을 짜고 싶었는데 안전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고민했다. 하지만 카드가보다는 싸니까 꼭 현금가로 하고 싶었다.
3. 알고보니 현금가라는 것은 그냥 계좌이체를 말하는 거였다.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4. 가장 싼 가게 중 하나를 골랐다. 이름은 PC사랑이었는데, 같은 이름의 컴퓨터 잡지가 있지 않았나? 친숙해서 거기로 정했다.
5. 현금가로 정하고 찾아가기 싫고 택배는 불안해서 퀵서비스를 했다. 용산과 우리집은 멀지 않으니 1만원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다.
6. 주문하는 페이지에 현금영수증 발급이라는 게 있길래 체크했다.
7. 조립비를 따로 받는 것 같아서 부품으로 달라고 체크했다. 아니지.. 조립하기를 체크하지 않았을 것이다.
8. 그리고 거기서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다. 그래야 물건을 보낸다고 적혀 있어서...

그리고 잤다.
주말에는 알람을 켜두지를 않는데.. 주문한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알람인 줄 알고 안받았다.
일어나서 확인하고 전화했더니...

1. 너무나도 미안한 말투로
2. CPU가격을 싸게 적고 조립비로 먹고 살고 있다면서
3. 조립을 신청해주길 바라고 조립비 명목으로 2만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4. 그리고 현금영수증은 안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리 조립비라지만 2만원은 너무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막 자고 일어나면 쿨한 남자니까 그러자고 했다.
근데 왜 불쌍하게 말하냐고 물어봤다. 그쪽에서 웃더라.
난 이걸 처음 겪는 거지만, 전화기 반대편에 있는 그 사람은 자주 하는 거니까 미안한 말투가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조립이라던지 현금영수증이라던지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1. 2만원을 다시 보내고 전화를 다시 해주고 난 집에서 기다리고
2. 퀵아저씨가 출발한다면서 동네 위치를 묻고 알려주고
3. 퀵이 오고 택배비는 12.000원
4. 잘 받았다고 PC사랑에게 전화를 했지만, 굳이 받은 걸로는 전화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능숙하게 조립된 컴퓨터 내부와 딸려온 부품들의 박스들
박스는 굳이 필요가 없었다. 원래 보내주는게 조립PC의 상도라고 들었다.

새로운 경험이라 기록해둔다.
사실 누군가 댓글로
"강하게 나가면 조립비 깎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라던가
"쟤네들을 저렇게 그냥 나두면 호의가 권리인 줄 안다"하던가
라고 할 것 같지만..

누군가는 이걸 궁금해 하겠지

스스로 조립PC를 사고 싶은데, 다나와를 보면서 견적을 짜고 싶고, 카드가는 비싸서 현금가를 하고 싶고, 용산을 직접 찾아가기는 싫고, 이참에 혼자서 조립도 하고 싶기도 한 그런 사람 말이다.

난 구글에다가 검색해봤는데 이런 글은 없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