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08 - 사람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은 주말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친구와 술한잔하고 영화를 같이 봤다. 글을 쓰고 연극을 하던 친구였는데 최근엔 WOW와 프로야구이야기를 더 많이 했었다. 어울리지 않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더니 30살이 되자마자 목표했던 시간이 끝났다면서 그만둬버렸다. 자신에게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노력은 자기에게도 남들에게도 진정한 노력으로 보여야 하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난 그에게 노력하지 않았다고 쉽게 말했었다. 그것 때문에 상처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몰래 사과하고 있다. 

 인셉션. 그와 같이 봤던 영화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친구와 함께였다. 그 친구는 이번이 두번째 관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추천했다.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예매를 떠넘겼다. 그가 결재했다. 항상 금전적인 부담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그에게 몇번인가 떠넘기고는 했다. 항상 괜찮다고 했다. 나도 여러번 계산을 했지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는 꽤 좋았지만 딱 그정도였다. 잘 짜여져서 좋았다. 미련없이 결말이 나버린 영화라 머리 속에 오래 기억남지는 않을 것 같다.

 1Q84 3권. 금요일 밤에 오랜만에 누워서 책을 끝냈다. 지하철 출퇴근 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면서도 이 책을 읽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다 읽을 것 같아서 템포를 좀 늦췄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마지막 장을 읽으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집에서 끝을 냈다. 잘 한 듯. 집도 별로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3권이 끝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적당히 마무리가 되었다. 무슨 일이 생겨서 4권이 나와도 읽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엔딩을 읽었다. 

 자야겠다. 해피피트를 찾아보고, 로맨틱코메디를 한 편 봤고, 섬머워즈를 클라이막스부터 다시 봤다. 무한도전을 봤고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을 좀 찾아봤다. 별로 기억에 남기지 않았지만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