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마땅한 대책도 없이

마땅한 대책도 없이


 
오랜만에 대학로에 나가서 한동안 걸어 다녔다. 토요일에 원 없이 자기도 했거니와, 일이 너무나 바빠서 영화니 연극이니 한편도 보지 못했었으니까. 딱히 무슨 공연을 보겠다고 대학로를 찾아간 건 아니었는데, 이리저리 걷다 보니 결국은 연극이나 한편 보고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

 

대학교 초년에는 시간이 나면 대학로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그 시절에는 대학로를 걷다가도 학교 선배를 만나기도 하고 그러던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러다가 같이 공연을 보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물론 연극반 활동을 하다가 선후배들과 연극을 보기 위해서 찾아가는 일이 더 많았었고..

 

가끔 그렇게 옛날을 떠올리면서 멍하니 걷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자주 그럴 수 없는 일상이니까 더욱더 소중하지. 이젠 혼자 공연을 보고 혼자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마땅한 대책도 없이

 

고곤의 선물을 연출한 구태환의 또 다른 공연이다. 4호선 대학로역 부근에 있는 연극센터? 그곳에서 당일표 예매를 찾아보다가 가장 시간에 맞는 공연을 고른 거기는 하지만, 고곤의 선물을 보고 난 이후에 한번 찾아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이라 망설이지 않고 표를 샀다. 3시 공연. 일요일 3시 공연이라면 사람도 없이 조용히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정보소극장 앞에서, 이상하게 몇몇 가족들이 극장 앞에 있길래, 오늘따라 연극보는 가족들이 많은 줄 알았다. 공연을 보고 나서는 그 가족들이 배우들의 부모나 친지라는 걸 알았지만, 작품 자체가 그리 가족적인 내용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요즘은 자녀들을 위해 연극을 많이들 보는구나 하면서 신기해 했을 듯..

 

정규직이 아닌 2명의 노동자.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고 있던 때에 회사에는 큰 파업이 일어나게 된다. 새로운 일을 찾아 여기저기 전전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 피아노를 사달라고 하던 딸의 모습과 남편 걱정에 생활비까지 떼어 주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잠시, 매서운 한파와 그 보다 더 얼어붙은 취업난은 더 이상 희망의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이건 당신의 이야기야.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다음엔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네.